제 702 호 추억 속 포켓몬 빵..세대 잇는 ‘뉴트로’
다시 불어오는 뉴트로 열풍
식을 줄 모르는 뉴트로 열풍이 봄을 맞이해 패션 업계를 넘어 다시 식품 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떠오르는 열풍에 소비자들은 단종된 상품들의 재생산을 요청하고, 이에 따른 다양한 식품들이 줄줄이 복귀하고 있는 것은물론, 오래된 브랜드와의 콜라보를 통해 신제품을 홍보하는 사례 역시 늘고 있다. 이런 상황 속 최근 ‘뉴트로’라는 말이 떠오르고 있다. 뉴트로’란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말한다. 쉽게 말해 ‘유행은 돌고 노는 것’처럼 과거에 유행했던 문화가 지금 다시 유행하는 것을 ‘뉴트로’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전까지 자주 언급되었던 ‘레트로’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레트로는 과거를 그리워하며 향수를 느끼는 복고주의로 과거에 유행했던 것을 다시 꺼내 그 향수를 느끼는 것이라면, 뉴트로는 같은 과거의 것인데 이걸 즐기는 계층에겐 신상품과 마찬가지로 새롭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마치 되돌려 놓은 듯한 물건과 소품으로 인테리어를 한 카페나 음식점들이 최근 들어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들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뉴트로가 열풍하는 흐름에 맞게 패션, 식품, 문화 등 다양한 업계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고 있는데, 과거 국민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메이플스토리’ 게임 속에서 뉴트로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다양한 기업에서 향토적인 서체와 분위기의 뉴트로 로고를 내세우는 등 기업들의 뉴트로를 향한 도전 역시 점차 증가하고 있다.
▲ 기업의 뉴트로 로고 (출처-라우드, https://www.loud.kr/contest/view/38449)
(출처- 진로 하이트 https://www.hitejinro.com/brand/view.asp?brandcd2=B11)
“포켓몬 빵 팔아요?”
최근 SNS에서 화재를 일으키고 있는 포켓몬빵도 ‘뉴트로’ 열풍 중 하나다. 포켓몬빵은 삼립이 1998년에 첫 출시했던 빵으로, 당시 전국적인 인기와 함께 빵에 동봉된 '띠부씰'을 얻기 위해 파급적인 매출량을 기록했다. 포켓몬 빵이 단종된 후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재출시 요청이 꾸준히 이어지자 삼립은 지난달 24일 포켓몬 빵을 재출시했으며 일주일 만에 150만 개가 판매되는 성과를 얻었다. 포켓몬빵 구매 열풍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20~30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포켓몬 '띠부씰'이다. 2010년 이후 출시된 포켓몬빵의 스티커 디자인은 20~30대에게 생소한 최신 포켓몬이라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재출시된 포켓몬 스티커에는 '피카츄'와 같은 그들에게 익숙한 포켓몬 151종의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과거를 추억하는 성인들이 빵을 대량 구매하면서 판매량은 더욱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희소성을 가진 캐릭터의 씰이 고가로 재판매되거나 씰을 확인하기 위해 판매중인 빵을 훼손하고 편의점을 돌고 있다는 글이 올라오는 등 추억 속 ‘띠부씰’을 향한 열망이 뜨겁다.
▲ 포켓몬 빵, 띠부씰 (출처- SPC삼립 https://spcsamlip.co.kr/)
40년 전통의 과자 '뻥이요'도 새로운 식품으로 재탄생했다. CJ프레시웨이는 최근 서울식품이 1982년 선보인 추억의 과자 뻥이요를 활용해 돈까스와 마카롱 제품을 출시했다. 돈까스는 빵가루 대신 잘게 분쇄한 뻥이요 과자를 사용해 특유의 달콤하고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고, 마카롱 제품의 경우 뻥이요 맛의 크림과 과자가 필링으로 채워졌다. 과자가 익숙한 세대에게는 향수를, 새로운 트렌드에 민감한 1020 세대에게는 신선함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협업이다.
▲ 뻥이요 콜라보 제품 (출처- CJ프레시웨이 https://www.cjfreshway.com/index.jsp)
복고 감성 물씬, 문화, 패션 산업 속 뉴트로
뉴트로의 바람은 식품업계 뿐만 아니라 문화산업에도 복고의 감성을 불러 일으켰다. 1950~1960년대의 레트로 인테리어를 현대적인 감성으로 재해석하며, 마리아 칼라스, 드뷔시, 쇼팽 등 대표 클래식 LP 음반과 유명 재즈 LP 음반이 흥행하고 있다. 백화점, 호텔, 카페, 제과점 등에 어울리는 음악을 중심으로 LP 음반을 마련하고 전문 코디네이터가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하며 문화산업에도 점차 뉴트로 감성의 장이 열리고 있다.
▲ 뉴트로 LP 음반 판매점 (출처-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1/05/481745/)
뉴트로는 소비자의 복고주의 경향을 정확히 간파하며 올해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지난 겨울 패션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전통과 현대적 감각의 조화’다. 패션업계는 기존 복고에 현대적 감각을 더해 젊은 세대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창립 73주년이 된 토종브랜드 BYC가 대표적이다. 먼 옛날 ‘아빠양말’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백양’표 하얀 양말을현대판으로 재해석 해 내놨다. BYC 백양 73주년 기념팩 양말세트는 1000세트 한정판매 제품으로 빨간색, 하얀색, 회색 3종으로 구성했다.
▲ BYC 백양 73주년 양말세트 (출처- BYC https://www.byc.co.kr/shop/main/index.php)
‘뉴트로’, 이제는 힐링 아이템
복각 제품은 과거의 히트 상품 고유의 멋을 이어가면서도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또한 최신의 기술로 제품을 재해석하며 소비자에게 레트로 무드 이상의 만족감을 전해주는 것이 바로 뉴트로의 인기 비결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무작정 뉴트로 문화를 즐기는 젊은 친구들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나오고 있다. 당시 시대적 상황과 제품을 소비했던 주력 세대들의 해석을 알아야 뉴트로 소비흐름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지만, 이런 점들을 모른다면 표피적이고 현상적인 것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뉴트로’를 단순한 스타일이나 흥밋거리로 바라보는 지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른다. 하지만 뉴트로 문화를 제대로 즐긴다면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요즘 같은 각박한 현실에 과거,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옛것들에 초점을 맞추면 훨씬 정서적으로 풍요로워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김채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