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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제 767 호 수능 개편 논의…대학 교육 변화의 신호탄 될까

  • 작성일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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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53
이윤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1994학년도부터 현재까지 객관식과 일부 단답형 중심의 평가 방식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국가교육위원회가 수능과 학교 내신에 서·논술형 문항을 도입하는 방안을 중장기 대입제도 개편 과제로 검토하면서, 수능 평가 방식의 변화 가능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수능을 보는 학생(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번 논의는 단순한 대입 제도 개편을 넘어, 고등학교 교육과 대학 교육 간의 연결고리를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정답을 찍는 문제 풀이 중심의 입시 교육에서 벗어나, 대학 수업이 요구하는 사고력과 논리적 표현 능력을 고등학교 단계에서부터 갖추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객관식 수능, 서·논술형으로 달라질까


  현재 수능은 대부분의 문항이 오지선다형이며, 수학 영역에는 답을 직접 입력하는 단답형 문항이 일부 포함돼 있다. 객관식은 정답이 명확해 대규모 수험생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고, 채점자의 주관이 개입될 가능성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학생이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쳐 답을 도출했는지는 결과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단답형 역시 학생이 답을 직접 작성한다는 차이는 있지만 최종적으로 정해진 답을 맞혔는지를 중심으로 평가한다는 점에서는 객관식과 유사하다. 


  이에 비해 서·논술형 문항은 답뿐 아니라 풀이 과정이나 근거, 논리 전개 등을 평가한다. 학생이 자기 생각을 직접 구성하고 설명해야 하므로 기존 평가보다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 논리적 표현 능력을 확인하는 데 적합하다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서·논술형 평가가 도입될 경우 학습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정답을 빠르게 찾는 문제 풀이 능력뿐 아니라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이를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도 문제 풀이 중심의 수업에서 토론이나 글쓰기, 풀이 과정 설명 등 학생의 사고 과정을 확인하는 활동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사고력 평가는 장점, 새로운 부담은 과제


  서·논술형 수능 도입의 가장 큰 장점은 기존 객관식 중심 평가에서 확인하기 어려웠던 학생의 사고 과정을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학생이 문제를 어떻게 분석하고 어떤 근거를 통해 결론에 도달했는지를 답안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단순한 정보 암기보다 정보를 분석하고 새로운 문제에 적용하는 능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서·논술형 평가가 기존 객관식보다 반드시 우수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수십만 명의 수험생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는 수능의 특성이다. 학생마다 답안의 표현과 논리 전개가 달라지는 만큼 세밀한 채점 기준이 필요하고, 채점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최근 논의에서도 채점 기준과 채점자의 선별, 채점에 걸리는 시간 등이 주요 쟁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학생들의 시험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기존 수능에 비해 답안을 직접 구성하고 작성하는 능력까지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별 교육 여건에 따라 서·논술형 평가를 접하고 연습할 기회에 차이가 생긴다면 교육격차나 사교육 확대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25년 국교위 국민참여위원회 논의에서도 수능 논·서술형 도입에 대해 60%가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반대 의견에서는 공정한 평가의 어려움과 사교육 확대, 교원 업무 부담 등이 지적됐다. 


▲대치동 학원가 모습(사진:https://www.koreadaily.com/article/20260809130113268)


  구체적인 도입 비율 역시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8월 12일 서울신문은 “국교위에서 수능 서·논술형 문항을 30~40% 수준으로 반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확정안이 아닌 검토 단계의 방안이다. 따라서 현재는 특정 비율을 전제로 논의를 진행하기보다 어떤 평가 체계가 학생의 역량을 공정하게 측정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제도 개편, 대학 교육에도 변화 가져올까


  현재 대학에서는 토론과 발표, 프로젝트, 보고서 작성 등 단순 암기보다 논리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요구하는 수업이 강조되고 있다. 국가교육위원회가 검토 중인 서·논술형 수능은 단순히 정답을 맞히는 능력보다 사고 과정과 논리 전개를 평가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는 대학에서 요구하는 토론, 발표, 프로젝트 수행 등 참여형 학습에 필요한 사고력과 표현 능력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대학 교육의 방향성과도 일정 부분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논술형 수능이 도입된다면 이러한 학습 방식에 익숙한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게 되면서 대학 교육 역시 참여형·탐구형 수업이 더욱 활성화될 가능성도 있다. 


  김00 씨(공간환경학부, 4)는 "대학에 와 보니 시험보다 발표와 팀 프로젝트 비중이 높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고등학교에서부터 이런 역량을 기를 수 있는 커리큘럼을 갖는다면 대학 수업 적응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의 대입 전형과 교육 방향성에서도 유사한 취지를 찾아볼 수 있다. 우리 대학은 수시모집에서 핵심 개념을 바탕으로 논리적 답안을 작성하는 '약술형 논술전형'을 시행하고 있다. 평가의 형태는 다르지만, 단순 암기를 넘어 학생의 사고력과 논리적 표현력을 핵심 평가 요소로 삼는다는 점에서는 맥락을 같이한다.


  다만 서·논술형 수능 도입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채점자의 주관이 개입될 수 있는 만큼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평가 체계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채점의 객관성을 높이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지만, 창의적 사고와 논리 전개를 완전히 평가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비교적 풀이 과정과 정답 구조가 명확한 수학·과학 과목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경기도 소재 고등학교 교사 A씨는 "사고력을 평가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수십만 수험생의 답안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표준 채점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채점자의 주관 개입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며 "평가 체계에 대한 확실한 신뢰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결국 답안 작성 공식을 가르치는 사교육 과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를 활용한 채점

(사진:https://www.ms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079)


  해외 사례 역시 이러한 논의에 시사점을 제공한다. 일본은 지난 2021년부터 대학입학공통시험에 서술형 문항을 도입하려 했지만 채점의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해 시행을 철회했고, 중국은 서술형 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나 이에 대비한 작문 사교육이 과열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만약 공정한 평가 체계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대학별 고사 확대 등 또 다른 선발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서·논술형 수능은 평가 방식의 변화만으로 추진하기보다 채점 체계와 평가 기준, 사교육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충분한 준비를 거쳐 도입 여부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윤진 기자, 서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