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학과와 나
- 작성자 유태욱 (2005 입학)
- 작성일 2021-10-14
- 조회수 4129
안녕하세요, 05학번 유태욱입니다.
제가 졸업한 지는 약 10년 정도 되었네요. 글을 쓰려 공유할 만한 추억을 되새겨 봅니다. 시간이 흐른 만큼 옛일에 대한 이미지도 흐릿하게만 떠오르네요. 특히 최근에는 지인들과 모여서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가질 수 없다보니 더욱 대학생활을 잊고 지낸 게 큰 거 같아요. 아무래도 동시대에 학교를 다녔던 사람들 모두가 기억할 만한 특징적인 일들을 기억해내서 글을 적기에는 틀린 거 같습니다.
글 쓰는 법을 배울 때 처음 글은 휘갈겨 쓰고 그 다음부터 수정하면 된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쓰려고 하지 말라, 이런 걸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역시 아는 것과 할 줄 아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그래도 다시 고민해봅니다. 그래도 고민한 보람은 있었는지 얼마 전에 싸이월드 서비스가 재개되었다는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손글씨 쓰기 귀찮아서 싸이월드 다이어리에 비공개 일기를 적어두고는 했었는데, 벌써부터 수치심에 이불킥을 날려버리고 싶지만 어찌됐든 날짜별로 정리되어 있을 일기로 소재를 얻어와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그나저나 당시에는 싸이월드 클럽(?)으로 학과 활동을 하고는 했었는데, 요즘은 어떤 커뮤니티를 이용하는지 궁금하네요.
대학 1학년 때는 써둔 게 적네요, 2학년 때는 좀 있고요. 화제를 살짝 돌려야겠어요. 요즘 캠퍼스 주변 환경은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대학 1학년은 공식적으로 술자리를 가질 수 있는 기념비적인 시기가 아닐까 하는데, 그 당시에는 학교 앞에 학사주점 서너 곳 정도밖에 없어서 주로 신촌이나 종로로 나가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홍대나 합정이 훨씬 유명하지만 라떼는 신촌이 주 만남의 장소였읍니다. 저랑 동년배들은 신촌현대백화점 시계탑 기억하고 있을 거 같읍니다. 그리고 안주는 3개 만원 세트를 주로 먹었네요. 여담이지만 사회생활 시작하고 가장 적응 안 되던 게 술값이었습니다. 분명 대학생 때는 인당 만원씩 모으면 넉넉히 먹었던 거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인당 2만원도 부족해지더라고요.
물론 이 시기에 술만 마시고 다닌 건 아닙니다.(수습) 단지 제가 기억을 못하고 있는 거겠죠. 최근 ‘금쪽같은 내 새끼’란 프로그램을 시청할 일이 좀 있었는데, 나름 발달심리나 교육심리 시간에 배웠던 게 생각나더라구요.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흘러서 아마 교재 내용도 상당히 바뀌었을 거 같네요. 또 2학년 1학기 때였나, 교육학강독 시간에 배웠던 ‘국가론’이 생각납니다. 소크라테스의 화법은 짜증났고, 플라톤의 국가관을 보고 이게 이상적인 건지, 무서운 건지 알 수 없었네요. 인터넷 유머 중에 소크라테스가 산파법을 유지하고도 살아갈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하는 게 있는데(대충 소크라테스가 레슬링을 잘했다는 짤), 국가론을 읽어봤던 사람이라면 바로 납득할 수 있었을 거 같아요.
그리고 3학년 때. 이 시기부터는 주변과 진로가 조금씩 갈렸던 거 같습니다. 결국은 임용 또는 취업인데, 임용을 준비하는 쪽은 3학년부터는 당장 합격하겠다는 기세로 시작을 해야 할 시기이고, 취업을 하는 쪽이라면 당장 스펙 관리를 들어가야 하는 시기였던 거 같아요. 저는 이 시기에 고민만 하면서 1년을 보내는 이도저도 아닌 선택을 하고, 학비문제도 있고 해서 결국 1년 휴학 들어갔었습니다. 고민하면서 주로 가던 장소는 중앙도서관과 밀레니엄관 사이 에스컬레이터가 끝나는 곳에서 왼쪽으로 보면 있는 평평한 바위. 야경 보면서 맥주마시면 끝내줍니다. 아마 여기 이야기하는 사람은 저 말고도 많을 거 같아요. 또 다른 곳은 마음이 복잡하면 산책삼아 다녀오던 학교 앞 부암동 윤동주의 길입니다. 여기도 야경 좋습니다.(근처 맛집은 자하손만두와 계열사)
휴학 1년 뒤 복학 후에는 취업 준비한 기억밖에 없네요. 그 당시 취업을 위한 최소 스펙이란 걸 맞춘다고, 뒤늦게 시작한 만큼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네요. 학과에서 취업트랙으로 설명회 열어주고 정보 제공해준 게 기억납니다. 그리고 4학년 때를 생각하니, 이 자리를 빌어 자격증 시험 날짜 임박해서 수업 시간에 몰래 맨 뒤에서 딴 짓하던 거 죄송합니다, A교수님. 취업 스트레스 때문에 무례하게 굴어서 죄송합니다, B교수님. 그리고 이 시절에는 서울치고는 저렴한 가게들이 있는 홍제역으로 종종 산책삼아 걸어가던 기억이 납니다.(맛집 검색하면 은근 많이 뜸)
졸업 후에는 일기를 거의 안 썼네요. 이야기 거리가 끝났습니다. 처음에는 말문이 막혀 막막하던 게 막상 시작하고 나니 주저리주저리 말이 늘어졌네요. 저와 같은 시기 학교를 다녔던 분들은 ‘그런 곳이 있었지’ 정도로, 저를 모르는 분들에게는 ‘저 시절에는 저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었구나’ 정도로 읽힐 수 있는 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글을 쓰면서 교육학과가 제 일기장의 여러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저 뿐만 아닌, 여러 사람에게 소중한 교육학과가 40주년을 지나 앞으로도 더욱 발전하는 모습으로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