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 감성의 어느 02학번의 인터뷰
- 작성자 서동인 (2002 입학)
- 작성일 2021-10-14
- 조회수 4317
Q.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 학과 40주년 기념으로 한마디 해주신다고 해서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자기소개 해 주실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상명대 교육학과 02학번 서동인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Q. 네 그럼 몇가지 질문을 드릴텐데요.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본인이 대학에서의 성장과정은 어땠나요?
우선 갓 고등학교를 졸업해 대학생이라는 신분과 새로운 사람들이 신기했어요. 소위 월드컵 학번, 산소학번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는데, 그동안 통제되었던 삶에서 앞날에 대한 고민은 제껴두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던거 같아요. 다소 낯을 기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사람과의 연을 만드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저랑 다른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들으면서 아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하고 제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들을 많이 깼죠. 제가 당시만 해도 선생님이나 부모님 말씀만 듣고 자랐던지라 앞날이 뭔가 표준화 되어 있고 정해져 있는 것처럼 생각을 했었는데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듣다보니 답이 따로 없다는 것을 체험하게 된 것 같아요. 외려 기존과 다른데 자신의 삶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는 선배나 친구들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과 동시에 저렇게 하고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학교와 집에 정해진 생활패턴을 벗어나 다양한 공간을 찾아가려고 했어요. 가령 엠티나 친구들과 같이 여행을 가기도 하고, 친구들이 사는 곳에 놀러가기도 하고, 서울에 살았었지만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낯설고 생경한 장소도 가보고 등등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을 조금씩 넓혀나가는 데 노력했던거 같아요. 그 때 제 삶의 반경을 넓혀가려고 했던 것이 지금에 와서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Q. 교육학이라는 전공은 어떻게 선택하게 되었나요? 그리고 배울 때 어떠셨나요?
막연하게 교사를 해야겠는데 어떤 교과를 정하지 못해서 ‘일단 교육학과로 넣어야겠다’ 생각을 했어요. 어렸을 때 아버지를 따라 합기도를 했고 도장에서 가르친 적이 있어서 남 앞에서 가르치는 것을 좋아했었어요. 그래서 교육학을 배우면 삶에서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근데 막상 배우니 교육학이라는 학문이 그 당시에 어려웠어요. 첫 발달심리학 시간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전공용어부터 사유하는 방식, 학문체계 등 전혀 이해가 안되어 한동안 자괴감에 빠졌거든요. 교육학은 실용학문이라고 들었는데 전혀 그런생각도 안들었고, 당췌 무슨 말인지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 전공부적격자라고 스스로 낙인찍기도 했어요(그래서 아직까지 나머지 공부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는 것이 생기고 다른 전공과 연계되는 것들이 보이면서 그때부터 “아! 이게 이런 의미구나.”를 알게 되면서 조금씩 흥미를 붙였던거 같아요.
Q. 본인에게 대학 4년은 어떤 의미인가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근데 돌이켜보면 저 스스로를 찾아내고 발견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무엇에 흥미가 있고,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발견하는 시간이었다는 것이 지금 돌이켜보면 가장 큰 의미라고 생각해요. 살다보니 주변에 아직 자신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더라구요. 자신에 대한 관심과 공부없이 주변의 기대치에 살다보면 그러기 십상인데 그렇게 살다가 갑자기 어느순간 삶의 방향을 바꾼 사람들이 제법 보이는 것을 보면 이 시기에 나를 계속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교육학이라는 전공을 통해서 저만의 관점을 만들었던 것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지금 연구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전문가들을 만나다보면 학부전공에 따라 의외로 바라보는 관점들이 차이가 날 때가 있음을 느껴요. 아무튼 제 삶에서 생각의 뼈대를 잡아준 중요한 시기였고, 저라는 사람을 조금 더 잘 알게해준 시기가 아닌가 싶네요.
Q. 본인에게 대학 다니면서 어려웠던 점은 어떤 것이었나요?
물론 살벌한 각도의 산비탈을 올라다니는 거나 항상 만석이었던 마을버스 또는 7016을 타면서 등하교 했던 것이 힘들긴 하였죠. 1학년 때는 지각을 면하려고 세검정 삼거리부터 사범대까지 전력질주로 올라갔는데 정말 다리가 터지는 줄 알았어요. 지금은 에스컬레이터가 있지만 예전에는 없어서 체육관까지 뛰.. 여기까지 하고 아무튼 체력적인 것 보다 제일 어려웠던 것이 인간관계가 확장되면서 그만큼 노력해야만 그 관계가 유지가 되는데 그러지 못해서 생기는 오해와 갈등 때문에 좀 힘들어했던 것 같아요. 아직도 어려운 숙제이긴 합니다만 그 당시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서 약간의 노하우들이 생긴 것 같아요.
Q. 대학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정말 여러 가지 기억들이 있는데요. 저는 기왕 다닐꺼면 대학을 정말 재미있게 다니려고 노력했어요. 동아리도 만들고, 학과행사도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외부활동도 하고 등등 이것저것 기웃거렸어요. 근데 제 동기들하고 같이 첫 여름방학에 자전거 여행으로 만리포까지 갔던 것이 기억에 남네요. 부천부터 달려서 만리포까지 며칠동안 합숙하고 지내면서 정말 가까워졌죠. 정말 지금 생각해보면 무모하기 짝이 없던 여행이었는데 가장 제 뇌리속에 남아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이 있다면?
오늘 인터뷰를 통해 순간 대학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습니다. 저에게는 그립고 따뜻한 고향으로 간 느낌이 들었고 저를 되돌아보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지금의 저를 만들어주신 선배님 후배님, 그리고 동기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코로나로 어려운 시국에서도 어디선가 각자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잘 해내실 것이라 믿고 응원하겠습니다. 학과 40주년을 축하하고 이후 50주년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