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산
- 작성자 김두송 (2004 입학)
- 작성일 2021-10-21
- 조회수 5895
저는 04학년 김두송입니다. 교육학과 40주년이라는 뜻 깊은 행사에 제 글을 보태게 되어 영광입니다. 사실 저는 학과 생활을 모범적으로 했던 학생은 아니기 때문에 선배로서 제가 이 글을 쓸 자격이 되는지는 다소 의문입니다. 그러나 저 같은 고민과 생각을 하는 또 다른 후배님들이 계시리라 믿고, 제 대학생활 이야기를 잠시 들려드리려 합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4년간의 대학생활은 어제같이 생생합니다. 동기 및 선후배들과 함께 했던 즐거운 기억들이 참 많지만, 즐거워서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기 보다는 가야할 길을 찾지 못한 불안감에 많은 날을 방황하며 고민 속에서 보냈기 때문에 더 많은 순간이 기억에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스스로 생각해도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공부를 완전히 놓지도 못하는 어중간한 학생이었습니다. 한 학기를 꽉 채운 전공 위주의 시간표와 조별 과제, 개인 리포트, 때마다 오는 중간고사, 기말고사에 스트레스란 스트레스는 다 받으면서 빠지는 것 없이 참여했지만, 대부분 높은 성적을 받아본 적은 없습니다. 늘 성적보다는 다른 것에 더 관심이 많았고,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학생이었는데, 그렇다고 무언가를 가열차게 노력하는 것도 아니면서 마음 속에 짐만 쌓아둔 유형이라고 하는 게 정확할 것 같습니다.
겉으로는 친구들과 하하호호 즐겁게 지냈지만, 졸업이 다가올수록 압박은 커졌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이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4년 동안 이미 먼 길을 걸어온 것만 같았고, 임용 외에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가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높은 임용 경쟁률에 겁부터 먹고, ‘저건 나하고 맞지 않을 거야.’라며, 상처받기 전에 미리 방어적으로 생각하는 것인지를 말입니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신 포도가 저에게는 임용인가를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했습니다. 그러나 몇 번을 생각해 봐도 높은 임용의 장벽을 넘어가기 위한 대단한 목표의식과 열정은 저에겐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부모님과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2번의 임용을 어영부영 치렀던 제가 변화된 것은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회사에 입사하게 되면서입니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이라는 시간동안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콘텐츠로 만들어 내는 업무를 하게 되면서 내가 필요한 곳이 바로 이곳이구나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어떤 업무든지 그 분야의 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수많은 노력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짧은 프로젝트 기간 내에 클라이언트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일은 늘 고되고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야근과 철야를 반복하는 고된 일정 속에서도 이 일이 제가 가야할 길이라는 확신이 생겼고, 지금은 완벽한 확신이 있기에 어떤 악조건의 프로젝트를 맡아도 마음만은 뿌듯하고 행복합니다.
이 일을 하게 되면서 느낀 점은 교육학과를 졸업한 것이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크나큰 자산이 된다는 점입니다. 가르치는 대상의 눈높이와 조건들을 고려해서 수업자료를 만들고 교육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오프라인이나 온라인이나 동일한 원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크게 의식하지 못했지만 이미 제가 쌓아온 지식을 해당 분야에 잘 활용하는 준비된 사람이었고, 크리에이팅한 콘텐츠를 끊임없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지금의 직업에 완벽하게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10년 넘게 쌓아온 저의 경력을 활용해서 한 발 더 나아간 꿈을 꾸고 있는 중입니다. 미약하게나마 관련 분야의 개인 사업을 시작했고, 또 다른 스텝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매일 최선을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에게 교육학과는 제가 지금하고 있는 행복한 일을 할 수 있게 해준 자산이자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이 저에게 이렇게 질문하신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대학 어디 나왔어, 전공 뭐야 하면서 따지는데 그게 왜 중요한지 알아?”라고 말입니다. 그 분 말에 따르면 전공이 중요한 이유는 졸업을 하면 전공 세부 지식은 점점 잊게 되지만, 그 전공이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철학이 개인 삶의 태도로까지 스며들어 알게 모르게 체화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어린 성인이기 때문에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틀을 만드는 데 굉장한 파급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아! 그렇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교육학과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이 제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기반이 되었다는 점을 저는 매일매일 느끼고 있기에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교육학과에 입학하신 후배님들 또한 그 말에 공감하면서 대학 생활동안 많은 것들을 느끼고 경험하셨으면 합니다.
저는 다행스럽게도 제가 꾸준히 할 수 있는 나만의 일을 늦게나마 찾은 것이 매우 행운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많은 후배님들이 내가 진짜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를 찾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그런 후배님들을 위해 제가 드릴 수 있는 조언은 대학이라는 것도 고등학생 시절 내가 선택한 인생 선택지 중의 하나이고, 그 결과가 어찌되었건 나의 적성이나 특성과 결을 같이하는 부분이 분명 있기 때문에 자신이 선택한 지금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내가 겪어온 것들이 기반이 될 수 있는 나만의 일을 찾으라는 것입니다. 대학과 전공을 선택했을 때 분명 본인이 타고난 자질이 어느 정도 포함된 선택을 했을 것이기 때문에, 그 선택에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이 대학 생활동안 얻을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끊임없이 나은 길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이 나중에 생각했을 때 후회 없는 대학생활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뭐든지 지나고 나면 조언도 쉽고 가벼워지는 법이라, 제가 나름대로 적은 글들이 지금 힘든 길을 가고 있는 후배들에게 라떼 같은 이야기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교육학과가 사회에 꼭 필요한 영향력을 끼치는 수많은 인재들을 꾸준히 양성하길 바라면서 이만 글을 줄입니다. 감사합니다.